나는 왜 스타트업을 선호 하는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입니다.
지금 회사가 꼭 4번째 스타트업이네요.
스타트업 이전에는 그래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 다니기 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살아왔었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큰 기업들보다 스타트업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을 왜 더 선호하는지 얘기하기 전에 먼저 큰 기업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과 저의 기준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큰 기업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1 |
|
여러분이 생각하는 큰 기업과 비슷한가요?
제가 세운 기준으로 따지면 사실 아주 작은 규모의 법인이라도 대기업의 자회사가 되면 큰 기업이 됩니다. 이러한 기준을 정하게 된 이유는 큰 기업이 되는 순간 협업을 해야 하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작은 기업의 경우 협업을 해야 하는 범위가 회사 밖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보통은 팀 내에서 논의 할 내용을 정리하거나 기껏해야 다른 팀과 협업을 하는 게 전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팀이어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잘 오지는 않죠. (물론 부서 또는 하는 일 자체가 외부와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큰 기업의 경우에는 조금 다릅니다.
꽤 많은 업무가 다른 파트,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고 때에 따라서는 다른 회사와 같이 협업해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파트, 다른 부서는 당연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내 상사에게 일을 어떻게 진행 시켜야 할지 물어보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절차가 늘어나다 보면 일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죠.
이 부분이 제가 스타트업을 더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1. 절차 또는 프로세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나 프로세스에 대한 부분입니다. 큰 기업들은 보통 자신들의 프로세스나 절차가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걸 지키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절차들이 바뀌는 일도 없습니다. 아니 그런 지각변동이 일어나도 바뀌지 않죠. 그 절차나 프로세스를 통해 일을 잘 해왔고,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이유도 없이 그냥 절차니까 해야 한다는 것이 직원들에게는 스트레스이자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인 것이죠.
제가 알고 있는 보통의 스타트업이라면 불필요한 절차는 무시하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발굴해 그걸 실험하고 정말 사용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스타트업을 다니고 계시는 많은 분도 이런 절차적인 부분들 때문에 스타트업을 선택해서 일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는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고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절차 또는 프로세스보다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업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게 되어 번아웃이 오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Work-Life Balance(워라벨) 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워라벨보다는 Work-Life Integration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니 다른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 성장
저의 전체 경력은 10년이 조금 넘습니다. 그 경력 동안 반절은 스타트업의 특성이 없는 기업에 반절 정도는 스타트업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기업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힘들었던 적도 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저의 일과를 보장해주는 회사에서 일하며 지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어떤 문화를 가진 회사였든지 저에게 공통으로 찾아오는 것이 바로 급격한 성장이었다는 겁니다.
안정적인 기업에서 상사가 정리해서 던져주는 정리된 업무만 하던 쳇바퀴 같은 굴레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었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었고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해야 할 공부도 많았었죠. 하지만 그 덕분에 일을 보는 시야의 범위도 달라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흔히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 얘기를 듣다 보면 “역할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는 곳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압축적으로 배우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더 3년을 넘게 걸려 배울 것을 1년 동안 배우게 된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 역시 이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압축해서 배우는 기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압축적으로 일을 하며 배우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얻게 되는 성장은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큰 기업을 다니면서는 투자를 받아서 회사가 급격하게 커진다거나 하는 경험은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커졌을 때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은 매우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선호의 이유는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절차나 프로세스를 지키기 위해 문서작업을 해야 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절차니까 해야 해 같은 것들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업무를 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당연히 이런 장점이 있다면 좋지 않은 부분도 있겠죠. 대표적으로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시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단기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역시 여기에서 필요한 내용은 아니니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또 다루겠습니다.
어떠신가요? 동의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부분이 아닐까 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혹시 스타트업에 장점이 뭐가 있을까 궁금하셨던 분들이 조금은 해소되셨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음번에 또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