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과 일간 이슬아

패터슨 그리고 일간 이슬이 수필집

패터슨은 참으로 고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나의 세계 속에서 패터슨이란 영화는 참신하게 다가왔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버스를 운행하기 직전에는 글을 쓴다. 글은 그날 오후에 완성이 되기도 하고 다음 날에 완성이 되기도 한다. 그 와중에는 매번 반복되는 패턴과 쌍둥이가 있다. 같지만 다른 일란성 쌍둥이라 외모는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듯한 모습의 쌍둥이들 그리고 같은 모양이지만 모양이 동일한 것 외에 모든 것이 다른 패턴들이 꾸준하게 나온다. 패터슨처럼 매일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매번 다른 일상이 되는 것처럼 일상적인 패턴 속의 다름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한 가지 더 영화에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나온다. 패터슨이 운전을 시작하기 전 직원과의 대화에서, 패터슨이 운전하는 도중 남자들이 여성에 대해 마음대로 얘기하는 부분, 패터슨도 술집에서 만난 배우도 여성들의 말은 듣지 않으려는 태도들이 불편했다. 마치 “여성은 발언권이 없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마빈이 패터슨의 비밀 노트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었을 때도 로라가 하는 행동에 대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눈에는 분명 잘못한 것은 패터슨이었지만, 패터슨은 자신의 비밀 노트가 마빈 때문에 찢긴 것이라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는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도 나는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저 술집의 고무총 소동에서 “사랑이 없으면 대체 사는 이유가 뭐야”라는 문구가 귓가에서 맴돌 뿐이다.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다. 각자의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간 이슬아 수필집도 매일 글을 쓴다는 점 그리고 일상에 관해 얘기한다는 점에서 패터슨과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슬아의 일상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본인의 얘기부터 시작해서 부모님 얘기, 남자친구, 사랑 얘기, 심지어 동료 작가들의 얘기도 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것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원래 매일 수필을 쓰는 것이 이런 식이 가능한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참 낯선 이야기들이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일간 이슬아에 존재하는 이슬아는 안쓰럽기도, 신기하기도, 내가 부끄럽기도, 정말 부럽기도 하다.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 응픽션이라고 소개했지만 지나치게 현실 같은 느낌은 나만의 느낌일까? 다른 이가 느끼는 일간 이슬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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